첫 회사 입사 1년차 때,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벗어나고자 화학분석기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매일 집 회사 집 회사만 반복하고, 초과 근무 하고 집오면 씻고 게임 좀 하다가 자는 날의 연속. 주말에는 하루는 무조건 출근했고, 남은 하루는 치킨 시켜먹거나 집구석에서 영화 드라마 예능 몰아보는 게 전부. 그런 생활이 계속되니 무기력함과 외로움, 우울함도 심해졌다.
일단 시험 접수를 하고 나니 내 돈이 들어간 걸 생각해서 억지로 공부 시작. 공부하다 지치면 겜 한 판 하기도 하고(접수 전보다 더 재밌음 ㅋㅋ), 아니면 바람쐬러 산책 나가기도 하거나 아주 가끔은 공부를 핑계로 혼자 카페에 가서 앉아있어 보기도 하고... 암튼 시간 없다는 핑계로 집구석에만 있다가 오히려 짬내서 밖에 나가고 사람도 구경하고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물론 공부도 틈틈이 했다.
시험일 돼서 시험장 가니 오잉? 같은 시험장에 회사 직원 한 명도 분석기사 시험보러 와있음 ㅋㅋ. 반갑기도 하고... 그리고 나만 떨어지면 창피하니깐 심기일전 하고 시험을 치렀다.
... 근데 떨어짐 ㅎ
난 모든 시험을 두 번씩 봐야 합격할 수 있는 운명인가? 과거의 내가 저지른 내태함을 반성하며 두 번째 도전 시작. 역시 접수하기 전까지는 공부하지 않음... 상남자특) 선 접수 후 공부.
아마 이 때는 화공기사 필기 붙어놓고 실기 준비하던 때였을 거다. 화공기사 실기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다고 판단, 놀면 뭐하냐는 생각으로 분석기사 필기 접수 지르고 공부 시작. 자격 취득이 슬슬 취미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던 때이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시험일에 시험장 가서 열심히 문제 풀고 나옴. 결과는 합! 좋아 실기 가즈아!
위에 제목에 1회차라고 쓴 걸 보면 알겠지만 역시나 한 번 떨어짐... 난 대체 모가 문제인걸까... 결과적으로 합격했으니 괜찮지만 ㅋㅋ
회사에서 일안하고 공부해서 필기 붙었다는 의견이 있어서 가능한 조용히 찌그러져 몰래 공부함 ㅎㅎ. 그래도 일도 열심히 했음! 진짜임!
접수 후 한 달 안에 승부를 걸기위해 대학시절부터 애용했던 뷰티풀 마인드 공부법(러셀 크로에 빙의해서 창문에 싸인펜으로 끄적임, 흰색 마커로 쓰면 더욱 멋짐)과 트루 디텍티브 공부법(벽을 포스트잇과 A4 용지로 도배,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강력계 형사에 빙의)까지 동원했으나 결과는 처참히 실패.
필답은 암기를 부족하게 했었고, 작업형은 자신 있었는데, 점수 짜게 받고 눈물의 컷당함.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본인이 점수 짜게 주기로 유명하다던데 자기는 매뉴얼대로 준 거라면서 자기소개를 할때부터 조금 불안하긴 했다. 이때는 화공기사 실기 작업 거의 만점받고 난 뒤여서 자신감도 붙었을 때인데 자신감이 다시 쭉 떨어짐.
이 때 웃겼던 일: 계산기... 또 놓고 가버림. 또 샀음. 이제 4개. 다행히 시험보기 전날 밤에 눈치 채서 그동네 대형마트에서 3만원 주고 하나 샀다. 예전엔 다이소에서 5,000원에 공학용 계산기 팔아서 위기의 순간 돈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그 때 산게 두 번째 계산기임)
이번에도 상남자답게 접수먼저 하고나서 공부를 시작하는 4주의 전사 공부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엔 작업형 시험장 일부러 전에 시험봤던 곳은 일부러 피했다. 그리고 필답형도 기출 2006년부터 모두 외웠다. 이번에 분석기사 필답 암기를 위해 새롭게 만든 게 바로 이 사이트: #qualify 프로젝트다. 이젠 뷰티풀 마인드 + 트루 디텍티브 + 매트릭스(하루죙일 모니터 쳐다 봄) 공부법이다!
기출 다 돌린 뒤에는 슬슬 수험서에서 예상문제랑 이론도 봐가면서 다지기 들어갔음. 아쉽게도 필답형에서 내가 외웠던 예상문제는 한 문제도 안 나왔고, 기출에서는 절반 정도만 나왔음. 그래서 필답은 예상대로 30점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작업형은 이번엔 광주에 있는 전남공고로 시험보러 갔다. 시골에서 올라간 거라 숙박해야했는데, 왠지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루전에 광주가서 7만원짜리(그 시절 제일 좋은 방 가격대였음) 방 질러버리고, 밥도 좋아하는 걸루 먹으면서 컨디션 조절함.
시험장 들어가서 작업형 넌 뒤졌어 ㅎㅎ 이러고 시험 딱 시작했는데, 아니 근데 이게 왠걸. 미지 용액 7 ppm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표준 용액 5 ppm 보다 색이 옅은 거임! 하 조졌다 생각하며 흡광도 측정했는데, 역시 5 ppm 보다 낮게 나왔음. 본인 원래 실험 빨리하는 편이라 거의 1등으로 흡광도 측정해서 다행히 다시 할 시간은 충분했으나, 여기서부터 멘탈 관리가 안 되기 시작. 식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칼각재고 8.5 ppm 만들어서 흡광도 측정. 흡광도는 원하는 값으로 나왔지만 이미 멘탈 나가서 마무리 계산하는데 간단한 식도 생각 안 나는 백지상태가 되어버림. 그래서 거의 시험시간 10분 남을 때까지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볼펜으로 쓴 것도 아니다 싶어서 두 줄 긋고 다시쓰고 했음.
그렇지만 작업형 고인물(치고는 자주 불합격되지만) 답게 특유의 위기 대처 능력을 활용, 작업형 거의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휴 이번에도 필답형만 보고 붙을 것 같다고 동내방내 소문내고 다녔는데 붙어서 다행이야. 합격까지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